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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리즈들과의 연관성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1984년 1편을 시작으로 이번 4편까지 장장 25년을 이어오게 되었는데 이번 T4는 18년전 1991년에 개봉한 T2의 연장선쪽에 있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2003년 개봉한 T3와 TV시리즈 '사라코너 연대기'가 가운데 껴 있기는 하지만(애니, 코믹스 등 기타 매체 제외), 왠지 터미네이터 시리즈 안에 넣어주기 싫은 건 왜일까요?
일단 1편과 2편은 명실상부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처음과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년이라는 간극에도 불구하고 일단 터미네이터의 아버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이야기와 스타일을 완성시켜놓았고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의 출연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정통성을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의 변화된 설정 또한 1,2편을 이어주는 중요한 중심축이 됩니다. 1편에서 청순발랄 아가씨였던 사라코너가 미래를 바꾸기 위해 무시무시한 여전사로 거듭났다거나 2편에서 아놀드가 예상을 깨고 우리편이 되어 인간을 돕는 아이러니한 설정은 1편과 2편을 묶어서 생각해야만 느낄 수 있는 재미일 겁니다. (정말이지 2편을 극장에서 보면서 존코너와 터미네이터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장면의 반전은 얼마나 충격이었던지요~ ㅎ)
그런데 10여년이 지나 개봉한 3편은 글쎄다... 입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손을 놓은 T3는 아놀드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할아버지가 다 된 아놀드의 근육은 분장인 게 확실해보이고 업그레이드 된 여자 터미네이터가 새로워 보이긴 했지만 너무나 많은 기능을 갖춘 그녀의 모습은 변함없이 구식인 아놀드의 모습에 상대적으로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만 했습니다. 캐릭터 또한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10여년동안을 숨어만 살아서 그랬나요? 에드워드 펄롱의 그 반항아적 눈빛은 어디로 가고 어른이 된 존 코너 '닉 스탈'은 여자친구 쫓아다니며 시종일관 찌질한 면모만 보입니다. 에드워드 펄롱이 자라서 크리스찬 베일이 된다는 건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닉 스탈이 15년 후 절대로 크리스찬 베일이 될 것으로는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더군다나 뒤이어 개봉한 신시티에서의 닉스탈의 모습을 생각하면... 어휴~ ㅜㅜ)
게다가 12년이란 간극이 너무 부담스러웠나요? 새로 메가폰을 잡은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은 터미네이터 팬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나치게 많은 팬서비스 장면을 끼워넣어 작품을 코미디로 만들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가 지나치게 선글라스에 집착한다거나 난데없이 전편의 정신과 의사가 나타나 예전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장면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정신과 의사, 아놀드와 함께 3편에 모두 출연하는 유일한 배우입니다.)
전체 시리즈 상에서 3편의 의미라면 2편에서 막은줄 알았던 심판의 날이 다시 이루어진다는 정도? (이것도 사실 의미가 없는 것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시간여행 설정은 모든 사건들을 바꿀 수 없는 운명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스카이넷과 핵전쟁이 있어야만 기계와의 전쟁이 있고 그래야 터미네이터와 카일리스를 과거로 보내 존코너가 태어날 수 있는데 핵전쟁을 막게되면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어지지요. 그럼 존 코너도 없는겁니다. 그리고 결국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냈기 때문에 그 기술력으로 스카이넷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니 모든 것은 정해져 있는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운명이란 건 없고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영화의 주제는 이 시간여행이란 설정때문에 오히려 모순에 빠집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더 깊게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ㅎ)
아 참, TV시리즈 '사라코너 연대기'가 있는데 패스하기로 하겠습니다. 2편과 3편의 사이에 있는 내용이라는데 스토리상 큰 연결고리가 되는 것 같지 않고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습니다!! '사라코너 연대기' 1편을 살짝 보고 결코 간지가 안나는 터미네이터들의 모습에 실망한 저는 이 시리즈는 안봐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터미네이터 설정의 한계라고나 할까요 터미네이터 앞에서 한없이 약한 인간들은 계속 도망다닐 수밖에 없고, 그들을 도와주는 여자 터미네이터의 설정도 낯설지 않고 그렇다면 승부는 액션인데 TV드라마다 보니 액션도 한계가 있고 사라코너는 존코너의 엄마라기보다는 누나같기만 하고... 여러가지 이유에서 패스합니다.
여차저차해서 T4는 1,2편 특히 2편을 많이 떠오르게 합니다. 오마주라고 볼 수 있는 장면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마커스와 카일이 하베스터를 따돌리고 도망치던 트럭과 모터터미네이터의 추격전은 영락없이 2편의 트럭/오토바이 추격씬을 연상시키고 맙니다. 다만 쫓고 쫓기는 입장이 바뀌었을 뿐이죠.
오마주의 압권은 스카이넷에서의 용광로 씬입니다. 스카이넷에 침투한 존 코너는 이제 막 만들어진 T-800을 만나서 쫓기게 되는데 용광로의 쇳물을 덮어쓰고도 다시 살아나는 장면, 그리고 급냉각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T-800의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합니다. 오마주임이 분명해지는 장면이면서 올드팬이라면 전율을 일으킬만한 장면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변조해 존을 유인하는 장면 또한 2편의 팬이라면 금방 함정임을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게다가 아놀드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신제품 T-800은 비록 CG라고는 하지만 1984년의 그 때 그모습 그대로 나타나 관객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090525 수정 ->) 1편과의 연결고리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 못하실 지 모르지만 1편에서 잠깐 비쳤던 미래의 존코너는 얼굴에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상처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이 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밖의 연결고리들을 몇가지 살펴볼까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편 오프닝에서 잠깐 얼굴을 비쳤던 미래의 존코너는 얼굴에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상처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를 이 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편과의 연결고리도 있습니다. 카일은 마커스에게서 끈을 사용해 총을 팔에 고정시키는 법을 배우죠. 1편에서 카일이 과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써먹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존 코너가 늘상 새라가 남겨놓은 녹음테잎을 듣는데요, 1편부터 시작된 녹음이었습니다. (-> 수정끝)
- 메세지
단순히 유사한 장면들의 나열에 그쳤다면 T4는 팬들이나 좋아할 그저그런 속편으로 끝났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T4는 식상하지만서도 고상한 메세지를 마커스 라이트라는 새로운 터미네이터를 등장시켜 세련되게 표현해 냅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기계라는 설정은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잇는 모티브이자 'A.I.'나 '바이센테니얼 맨' 같은 여타 로봇류 SF물에서 흔히 볼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기계를 통해 우리는 얼마낭 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는 지 돌이켜 보자는 거죠. 역시나 T4도 이런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마커스라이트는 시종일관 인간을 돕기 위해 뛰어다닙니다. 스카이넷에 잡혀가는 카일을 구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고, 블레어 중위를 구하기 위해서 불길과 포화 속에 몸을 던집니다. 또 몇 번이나 존 코너의 목숨을 구해주고 마침내는 자신을 희생하기까지 하죠.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주인공인 존 코너보다 마커스가 더 멋져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해 고뇌하면서 약자란 약자는 다 도와주고 비장하게 희생하는 마커스의 모습은 태어날 때부터 인류의 운명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존 코너의 그것보다 훨씬 더 숭고해 보입니다.
이번 봄 시즌은 유난히 SF 프리퀄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엑스맨;울버린'을 비롯해 '스타트랙;더비기닝'과 'T4;미래전쟁의 시작'까지 프리퀄의 향연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인데요. 과연 우리 미래는 어느쪽에 가까울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과학문명이 인간을 위해 계속 발전하고 사회문화적인 가치들도 이상적으로 정착한 유토피아적 세계관의 스타트랙과 어두컴컴하고 지저분한 곳에 숨어살며 기계들과의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터미네이터. 보다 가까운 미래여서인지는 모르지만 터미네이터쪽이 현실에 더 가까워보이는 건 왜일까요? 미래를 낙관적으로 그려보기에 우리 현실이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은걸까요? 안타까운 소식들만 들려오고 참 씁쓸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 존 코너의 내레이션처럼 미래는 우리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어보렵니다.
p.s.
참, 그러고 보니 T4를 보면서 이거 '터미네이터'가 아니라 '매트릭스' 프리퀄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인간들이 기계들과의 전쟁을 겪으면서 지도자를 기다린다는 설정은 존 코너보다는 네오를 떠올리게 되고... 인간을 납치해 생체조직을 복제하는 스카이넷이 한 백년쯤 지나면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사이버상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매트릭스'로 진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하이드로봇이 업그레이드에 업그레이드를 거치면 센티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T5에서는 모피어스의 어린시절이라도 등장하는 거 아닐까요? ㅎㅎ
p.s.2
극장을 나서면서 마커스가 스카이넷과 무선으로 연결되어 데이타를 탐색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어느 관객의 지적. " 그건 합체가 아니라 동기화지~ " ㅎㅎ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p.s.3
090525 내용이 수정, 추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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