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인 금요일 저녁 취재스케줄은 없었지만 공연이 괜찮다는 소문도 있고 지인이 출연도 하고 해서 공연을 보고는 다음날인 토요일 부랴부랴 인터뷰 스케줄을 잡고 찾아갔습니다. BYOV 극장 중 하나인 클럽템플에서 공연을 하는 만큼 전날 새벽까지 영업을 한 클럽의 모습을 털어내고 무대세팅도 하고 객석의자도 하나하나 정리하며 관객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연출 장영진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Q 요즘 프린지에서 반응이 좋던데 기분 어떠세요?
A 기분 좋죠. 보신 분들이 이런저런 얘기 많이 해 주세요. 대학로에서 공연도 해보라고 하시구요.

Q 초연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대학로가 아니라 프린지를 통해서 공연을 올리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3년 전에도 이런 식으로 바에서 처음 공연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보다 이야기나 볼 거리가 풍성하지 않았었죠. 이번에 작품도 보완하고 배우들과 함께 준비도 많이 해서 프린지에서 공연하게 되었어요.

Q 연기도 하시나요?
A 네, 지금도 백설공주 하고 있어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혹시 '젤소미나' 보셨어요? 저 마리아 했었는데...

이 쯤에서 필자는 젤소미나란 작품에서 장영진씨를 본 기억이 살짝 났더랬습니다. 괜히 반가워졌네요. '젤소미나'는 안소니 퀸이 주연한 이탈리아 영화 '길'을 원작으로 각색한 뮤지컬이었죠~

Q 특이한 이력을 갖고 계시던데 호텔에서 일하시다가 때려치시고 연극을 시작하셨다구요?
A 호텔 일 4년 하고 연극한 지는 10년 정도 되었어요.

Q 후회는 없으실 거 같은데 어떠세요?
A 금전적인 부분에선 솔직히 후회가 돼요. 얼마전에 호텔에 찾아갔는데 한참 아래 있던 친구가 연봉 5500을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호흡곤란이 오더라구요. 근데 제 일상이나 제가 하는 일을 보면 만족하고 행복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긍정적인 마무리의 말꼬리가 희미해지는 거 놓치지 않았습니다. ㅎㅎ)

Q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건 어떤 부분에서인가요? 연극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요?
A 한 번도 태어나서 뭔가를 열심히 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공부면 공부, 무용, 음악 전부 그랬죠. 그런데 연극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 거 같아요. 그래서 천직이 아닌가 싶어요

'천직'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 분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회사 생활 하실 분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의 포스가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ㅎ


Q 작품 이야기를 해볼께요. 작품 직접 쓰신거죠? 극 중 몇% 정도가 자신의 이야기인가요?
A 70%정도는 제 이야기예요. 친구들 주위에서 하는 얘기들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죠.

Q 낙태라던가 하는 소재까지도요?
A 네, 실제로 주위에서 듣고 겪은 이야기들이예요. 나를 생각하고 쓴 캐릭터도 있죠.

Q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A 쿨하고 화끈한 성격적인 부분은 은주랑 맞는거 같구요. 승채 캐릭터는 전혀 없어요. 제일 싫어하는 캐릭터죠. ㅎㅎㅎ 그런데 가장 친한 친구가 승채 같은 캐릭터예요.


Q 성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담론들이 신선할 수도 있지만 연극판에선 이미 많이 다루어졌던 소재들인데 좀 더 색다르게 풀어내고자 했던 방향 같은 건 있었나요?
A 외국생활을 오래 해서 좀 개방적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남자들은 잘 안하지만 여자친구들끼리는 수다를 떨 때 야한 얘기도 아주 깊은 부분까지 얘기를 참 많이 해요. 그런 여자들의 수다가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랬죠. 오히려 너무 야하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을 했죠.

Q 작품을 보면서 아쉬웠던 게 있다면 결말에서 여자들의 정체성 찾기 라기 보다는 그저 남자에게 상처받은 여자들의 극복기 정도로 마무리 지어지는 점이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끝에서 사진을 찢으면서 여자들의 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20대와 30대가 많이 다른데 30대가 되면서는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해서 어렸을 때처럼 일주일을 굶는다거나 하지 않아요. 그렇게 모든 것들은 지나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Q 앞으로 이 작품을 어떻게 키워나가고 싶으신가요?
A 일단 대학로에서 공연 올리고 싶구요. 기회가 되면 뮤지컬로 만들고 싶어서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우리 공연이 음악도 들어가고 뮤지컬 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을 보완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재즈/보사노바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런 장르의 뮤지컬로 만들고 싶네요.


Q 마지막으로 연출님에게 '섹스'란? ('연극'이란? 이 원래 질문이었지만 도통 재미가 없는 거 같아서 질문 내용을 급 변경 했어요. 이 질문은 배우분들께도 드렸죠.)
A 20대 때는 섹스가 중요했었는데 30대가 되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저 오르가즘일 뿐이죠. 교감이라고 할까?
(강유) 섹스는... 롤러코스터다 (극중 대사)
(지혜) 섹스는... 안한 지 오래 되어서 잘 모르겠다 ㅜㅜ
(승범) 섹스는... 삶의 모티브다. 안하면 얼굴에 잡티 생기고... ㅎ
(지희) 섹스는... 맛있는 음식이다
(승채) 섹스는... 잘 모르겠다

이번 페스티벌 내내 추상적인 무용/퍼포먼스 이런 것만 보다가 뭔가 딱 떨어지는 연극 한 편을 보고 기분이 좋아져 인터뷰를 자청했는데, 그녀의 에너지까지 받아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더 나은 환경에서 연극을 하기 위해 그리고 또다른 도전으로 쇼핑몰을 준비중이라는 그녀. 지금까지 도움받은 분들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유명해져야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당당함과 자신감을 느끼기보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공감을 하는 건 저뿐인걸까요?

절대 제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어디론가 계속 걸어가고 있을 거 같은 그녀의 더 멋진 '원나잇'을 기대해 봅니다.

취재,글_주군
사진_스카링

(이 포스트는 프린지페스티벌 블로그 '프린지데일리'에 동시에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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